(2) 한인 이민교회, 차세대 위한 존재 명분 찾아야
과거 이민 교회는 친목 위한 목적도 하지만, 세대 지날수록 개념 변해 정체성 교육 교회에만 떠맡겨선 안 돼 가정ㆍ단체 등 한인사회 모두 나서야 미주 한인교회의 역할과 정체성을 두고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그만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의 방증이다. 현재의 이민 교회는 1세대 중심의 공동체다. 교회 건물, 운영 시스템, 기능, 언어, 문화 등이 대개 1세 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영어에 능숙하고 미국식 교육에서 자란 젊은 세대들에게는 1세대 중심의 공동체가 매우 어색하다. 또, 실질적으로 한인 이민 사회 역시 언어와 문화적으로 1세대가 2세대가 확연하게 나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교회는 미래를 고민하지 않으면 역할과 정체성이 모호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장열 기자 한인 1세가 중심이 된 교회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주로 대안으로 내놓는 구조는 대개 '한지붕 두 가족' 형태의 교회다. 언어적으로 1세와 갈리고 있는 2세를 위해 영어 예배를 개설해준다거나, 따로 영어권 공동체를 만들어 일부 공간을 내주고 재정 지원을 해주는 형태다. 쉽게 말해 1세가 지원해주는 2세 교회인 셈이다. LA지역 한 교회에서 10년 전 영어권 예배를 개설하는데 참여했던 최익수 장로는 "현실적으로 2세들은 아직 재정적으로나 영적으로 1세 교회의 도움이 필요하며 완전한 독립이 어렵기 때문에 좋은 형태의 대안이라 본다"며 "요즘은 다민족 교회 등이 많지만 한인 디아스포라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한인 이민교회의 이원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한지붕 두 가족' 형태의 운영 구조는 여전히 1세 교회에 2세들이 종속되는 개념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신학생 크리스 윤(프린스턴신학교)씨는 "윗세대는 '교회'를 생각할 때 돈이나 건물, 민족적 정체성 등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들의 눈으로 보는 2세들은 '어린이'와 같이 불안해보일 수도 있다"며 "그런 부분은 사실 다음 세대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되는데 가치 중심적이고 실용적 사고를 가진 2세들을 인정해주는 인식의 전환부터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교회'라는 역할과 기능의 패러다임이 세대를 거치며 바뀌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동안 이민사회에서 교회는 신앙의 터전이라는 의미 외에도 타국에서 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삶의 전반을 나누는 친목 형태의 성격도 있었지만, 미국 사회와 언어에 익숙한 2세들에게는 더 이상 그런 목적의 교회가 존립 상 설득력이 약해진 셈이다. 어바인 지역 데이브 노 목사는 "한 예로 한인 목회자의 세계만 봐도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1세와 2세 사이의 소통은 많이 단절됐고 한지붕 밑에 있다 해도 거의 따로 분리된 상태에서 사역을 한다"며 "그런 구조가 지속되는 게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의미가 있을지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며 1세 교회 밑에 2세들이 존속하느냐, 독립하느냐를 따지기보다는 '코리안 아메리칸 교회'가 왜 이 시대에 필요한지에 대해 명분을 찾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1세들은 2세들과 함께 손을 잡고 한인교회의 미래상 설계를 원하지만 현실은 냉담하다. 한인교계의 '영어권 사역자' 구인난은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영어 능통''이중언어 필수''Must English''다음 세대를 위한 소명과 열정'… 요즘 한인교회들이 '영어권 사역자' 모집 광고에 최우선으로 내건 조건들이다. 대부분 주일학교, 대학부, 청년부 등 젊은 세대를 담당할 사역자를 찾는다. 건강보험 제공, 도서비, 사역 활동비, 인터뷰 후 샐러리 조정가능 등 구체적인 복지혜택을 알리는 교회도 있다. 물론 사례비(목회자 월급)도 한어권 목사에 비해 좀 더 높다는 게 교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구인난은 심각하다. LA지역 K교회 한 관계자는 "모집 공고를 낸 지 한 달이 지나도 이력서가 한 개도 접수되지 않아 신학교나 주변에 추천을 부탁할 정도"라며 "그나마 규모가 있어 재정적 지원이 탄탄한 대형교회가 아닐 경우에는 양질의 영어권 목사를 청빙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영어권 사역자들이 한인교회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계 관계자들은 주로 ▶1세 목회자와 문화적 괴리 ▶목회 환경 및 처우 열악 ▶이민교회에 대한 관점 및 철학 차이 등을 꼽았다. 다민족교회 개척을 준비 중인 필립 이 목사는 "한인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주는 일은 사실 교회뿐 아니라 가정과 여러 한인 단체들이 함께 손잡고 노력해야 하는 일 아닌가"라며 "교회를 중심으로 생활했던 이민 1세들은 그게 가능했겠지만 현재 2세, 3세들의 생활권은 과거 세대와 많이 달라졌고 심지어 부모와 자녀가 다른 언어를 쓰며 괴리가 커진 가정도 많은데, 하물며 교회에서의 세대간 단절이 어느 정도 심할지 생각해본다면 영어권 사역자들이 굳이 한인교회에서 사역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내셔널서베이위원회가 발표했던 '북미주 전국 한인교회 실태' 조사(4109명 참여)에 따르면 한인 2세 목회자 5명 중 2명(40.7%)이 '백인 교계 지도자를 사역 모델로 삼고 배우고 있다'고 응답했다. 1세와 2세간의 단절뿐 아니라 심지어 한인교회의 고립화도 심화되고 있다. 대다수의 타민족은 '한인교회와 동역을 해 본적이 없다(61.5%)'고 답했다. 2세들을 위한 프로그램, 교재, 인력 등이 부족하다 보니 수년 전부터 교계 일각에서는 다양한 시도들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한인 교계 유일한 기독교 교육 싱크탱크인 G2G와 북미한인기독교연구소(KODIA)가 사역의 효율성을 위해 통합하기도 했다. 이학준 박사(풀러신학교)는 통합을 하면서 "이중문화를 신앙의 관점으로 정리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지 않았고 2세 교육에 대한 이민교회의 대응능력은 없는 상태"라며 "1세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건물을 짓자 했는데, 사실상 2세들은 건물에는 관심이 없는데 뿌리를 찾기 위해 이민교회 역사도 알려주는 일과 이민자로서, 코리안 아메리칸으로서 우리가 삶에서 접하는 아주 실질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인사회의 좀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협력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헌성 연구원(UCLA 사회학)은 "한인 이민사회가 다음 세대를 위한 뿌리 교육과 정체성 확립의 문제를 사실 교회에만 떠맡겨서는 안 되고 가정에서부터 시작돼 언론을 비롯한 각 한인단체가 힘을 모으고 이민사회에 대한 학술적 연구 활동 등 다방면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인사회가 뿌리를 잃지 않으면서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 있는 커뮤니티로 발돋움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기성세대가 이러한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